취준 회고
목차
- Introduction
- 순수한 광기의 시절 (2022.06 ~ 2024.06)
- 안랩 인턴 (2024.06 ~ 2024.12)
- 필리핀, 3개월 (2025.01 ~ 2025.03)
- 가장 힘들었던 때 (2025.03 ~ 2025.07)
- 싸피, 그리고 존중을 배우다 (2025.07 ~ 취업)
- Conclusion
1. Introduction
이 글에 대하여
취준 팁을 바라는 사람은 이 글을 읽어보라.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다만 참고한다면 정말 부탁이니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보라. "원하는 도메인을 정하라"고 하면, 왜 정해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라.
저 말을 모두 지킬 필요는 없다. 블로그니 포트폴리오니, 가용 리소스가 부족하면 쉽지 않을 거다. 다만 본인만의 킥을 잘 고려하라.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들 글을 잘 쓰고, 그럴듯하게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이 부분만 잘 고려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취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글의 목적은 취준 팁이 아니다.
그냥 나의 취준 일대기를, 굵직한 몇몇 사건들을 통해 내 가치관이 변한 지점들을 기록하려는 것이다.
2. 순수한 광기의 시절 (2022.06 ~ 2024.06)
진짜 순수 개발 공부에 미쳐있던 때
살짝 광기였다.
군대에서 구구절절 남 탓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던지는 문화가 너무 불만이었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그 당시의 나에겐 나름 비겁해 보였고, 당당한 조직에 가고자 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가 된 것 같다. 애초에 개발을 싫어하는 성향도 아니었으니까.
이 당시엔 평일 오전 9시면 도서관에 앉아 있었고, 오후 10시에 퇴근하도록 강박이 잡혀 있었다. 토요일은 푹 쉬었다. 중간부터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학교에서 지원받아 사무실을 사용해 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강박이 어느 정도였냐면, 잠깐이라도 노는 게 너무 아까웠다. 소개팅 관련 연락도 꽤 왔는데 모조리 거절했다.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다. 술자리나 그런 문화들도 잘 몰랐고, 사람을 대하는 역량이 남들에 비해 떨어졌던 것 같다.
당시엔 기술에 너무 함몰되어 있어서, 사람을 대하는 게 왜 중요한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 공부했던 자료들
의욕이 어느 정도였는지 참고만 하면 좋겠다. 이 모든 자료를 완전히 정독하고 꼼꼼히 본 건 아니며, 일부는 이 시절이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 이어온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기초 학습
- Tech-Interview — 모르는 게 없도록, 꼬리질문 + 의심하며 공부
- PINTOS(운영체제 교육용 시뮬레이션) — 실제 소스코드까지 까봄
- 쉬운코드 cs 영상 하나도 빠짐없이 다봄
- 널널한 개발자 네트워크 영상 거의 다봄
김영한 스프링 강의 시리즈 (총 6개 강의, 476강)
- 스프링 핵심 원리 - 기본편 (65강)
- 스프링 입문 - 코드로 배우는 스프링 부트, 웹 MVC, DB 접근 기술 (28강)
- 스프링 MVC 1편 - 백엔드 웹 개발 핵심 기술 (72강)
- 스프링 MVC 2편 - 백엔드 웹 개발 활용 기술 (129강)
- 스프링 DB 1편 - 데이터 접근 핵심 원리 (57강)
- 스프링 핵심 원리 - 고급편 (125강)
JPA
- 자바 ORM 표준 JPA 프로그래밍 - 기본편
- 김영한 스프링 데이터 JPA
테스트 & 객체지향
- Practical Testing: 실용적인 테스트 가이드 (48강)
- Spring Boot TDD - 입문부터 실전까지 정확하게 (109강)
- 클린 코더스: 실전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과 TDD 마스터 클래스 (33강)
- 오브젝트 - 기초편 (31강) / 설계 원칙편 (33강)
- Simple Design 개론 - 코드 품질에 대하여 (3강)
기타 강의
- 이해하면 인생이 바뀌는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31강)
- 제미니의 개발실무 - 커머스 백엔드 기본편 (44강)
- 백엔드 개발, 되는 이력서 작성법 (38강)
독서
- 이펙티브 자바
- 오브젝트
- Real MySQL 1
- Inside the JVM
- 가상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1, 2
- OSTEP
- 그 외 소프트스킬 책들 등등 (기억 안남)
3. 안랩 인턴 (2024.06 ~ 2024.12)
오만과 깨달음
기술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되면 오만해지는 수준에 도달한다.
내 주변에 잘하는 사람들도 다 한 번씩 오만해지고, 깨지고를 반복하는 것 같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숙해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본다.
기술을 열심히 공부하면 결국 주변 사람들에 비해 실력이 좋아지고, 이는 뭐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오만을 만들어낸다.
이 오만을 완전히 깨부순 사건이 회사를 다니면서 찾아왔다.
프로젝트 드랍
인턴으로 일하면서 프로젝트를 드랍하는 경험을 했다.
회사에서 주어진 프로젝트를 드랍한다는 건 최악이다. 리소스는 리소스대로 쏟으면서 결과물이 없다는 것. 회사는 인건비를 투자했는데 돌아오는 게 0이라니.
물론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여러 방해 요소도 있었다. 주업무가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열심히 하지 않아 기한 내에 끝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내가 조금 더 팀원들을 이끌고 독려했다면 혹시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꽤 신선한 자극이었다.
연구원님에게 배운 것
특히 한 연구원님의 업무 방식이 인상 깊었다. 인턴들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는데, 개발직이 아닌 관리직임에도 업무에 필요한 여러 자동화 도구를 직접 만들어 여러 사람의 리소스를 아끼고 계셨다.
뭐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다. 다만 주도적으로 불편한 사항을 계속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노력. 그런 것 하나하나가 쌓여 회사의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연구원님은 관리직임에도 주도적으로 기여하고 있었는데, 나는 인턴 기간 내내 주도적이지 않고 맡겨진 업무만 하다가 프로젝트를 드랍하기나 한 창피한 삶을 살았다.
이때부터 주도적인 자세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연구원님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셨다.)
4. 필리핀, 3개월 (2025.01 ~ 2025.03)
필요한 시간
남들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개인사가 있었는데, 이걸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했다. 해외에서 3개월간 지내며 개인사 정리와 생각 정리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을 많이 까먹었다. 남들은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지 않냐", "왜 하필 공백이 생기는 취업 준비 기간에 가냐"면서 모두 만류했다. 아마 당시에 회사에서 느낀 주도성이라든지 그런 것과 맞물려,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똥고집으로 갔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5. 가장 힘들었던 때 (2025.03 ~ 2025.07)
취준은 진짜 혼자하는 거 아닌 것 같다
취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프로젝트도 하면서 나름 적당히 했지만, 혼자서 불확실한 것에 기대며 매일매일 탈락 메일을 받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아예 없진 않았기에 금방 취업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많은 좌절감을 느꼈고, 이걸 서로 풀 수 있는 교류도 부족했다.
필리핀에서 잘 먹지도 못하고 올라와 기초대사량도 낮은데 취준마저 안 풀리니 스트레스성 폭식을 좀 해서, 이 때 살이 대략 15kg 정도 확 쪘다.
6. 싸피, 그리고 존중을 배우다 (2025.07 ~ 취업)
대인관계를 다시 생각하다
싸피 생활을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불만도 많은 편이다. 그래도 돌아보면 고맙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싸피에선 대인관계 역량을 많이 쌓았다.
처음엔 이전의 오만했던 과거를 숨기고자, 누군가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면 내가 꺼드럭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의도적으로 말을 아꼈다. 회사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게 좋지 않다는 인식도 남아 있었기에 굳이 대인관계를 넓히고 싶지도 않았고, 되게 폐쇄적으로 닫혀 있었다.
살도 많이 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져 있었는지, 그냥 나 자체가 부끄러웠던 시기였다. 성격도 괴팍해져서 욕도 많이 했던 것 같고. (인턴 동기들이 놀랄 정도였다. 예전엔 좀 오만해도 긍정적이었으니까.)
이 전략이 나름 유효해 보이긴 했다. 실제로 싸피 내에서도 어느 정도 갈등이 있었고, 나는 거기서 피해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데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름대로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사람과 깊은 교류를 나누지 못한다는 생각에, 지금 이 방향이 옳은 건가 계속 반문이 들었다.
감명받은 글
최근에 되게 감명받은 글이 있었다. 싸피에서 같이 다녔던 분인데, 막 엄청 친했던 사이는 아니어서 이분의 글을 여기 가져오는 게 부끄럽지만… 글로라도 감사함을 전한다.
특히 이 부분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많은 사람을 알고 싶다. 그게 제 좌우명입니다. 사람이 평생을 사는 세상이란 생각보다 작고 좁아서, 혼자만의 시야로는 언제나 일부분만 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싸피를 다니면서 누군가를 알고 싶었던 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부분에서 그 만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던 거겠지.
이 글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다.
진정한 존중이란
오만을 버리고 존중하기로 했으면서, 결국 "남 눈치"나 보면서 남들이 싫어하겠지 하는 행동들을 억지로 피하기만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남들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들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를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게 얼마나 큰 오만인가. 결국엔 또 나라는 사람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줄 세운 것이다.
짧은 글이었지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최근엔 남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사람에 대해 알아가 보자는 마음으로 의식하면서 살다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서울 와서 여러 사람 만나 보니까 여유가 좀 생겼다. (이거 그냥 취업 효과인가? ㅋㅋ)
사담이지만, 개발을 열심히 한 게 사람을 알아가는 역량에도 도움이 좀 되는 듯하다. 이전이라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넘어갈 걸, 계속해서 꼬리질문으로 좀 더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ㅋㅋ
저 글 덕분에 진정한 존중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게 지내고 있다.
7. Conclusion
서툰 사람의 길
지금까지의 내 길이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개발을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개인사를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존중을 배워가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진짜 서툰 사람이다.
이 과정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함부로 개발을 잘해야 한다는 말을 남들에게 하기가 때때로 두렵다. 개발이든 사람에 대한 고민이든, 정말 치열하게 제대로 고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두에겐 자기만의 길이 있다
나처럼 개발에 뜻이 있지 않다면, 적당히 프로젝트해서 취업해서 회사 일만 잘하는 것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게 참 행복일 수 있다.
괜히 나처럼 어중간하게 공부하고 어중간하게 성공하고 싶은 과정을 밟다 보면, 많은 실패를 겪을 거고,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나도 경험했다.
오히려 개발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관리 역량이 있다면, 팀원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최선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역량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개발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자신을 타박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에겐 본인의 길이 있다. 그 길을 잘 찾아가면 좋겠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에 대하여
이렇게 서툰 인간이었지만, 만약 기술적 역량에 노력하지 않았다면 소프트 스킬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해왔던 노력들은 모두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본인에 맞게 살면 되지, 그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냐" "오히려 고민하다 보면 더 나쁜 길로 간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근데 해 보다가 아니면 바꾸면 되지 뭐.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자소서를 미친 듯이 깎고 깎는 게 뭐겠는가. 인사담당자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게 다 다른데도, 다들 치열하게 깎는다. 내가 가는 길도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결국엔 치열하게 고민해서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답을 내고 싶다.
분명히 꼬인 사람들 많아서 누군가는 무시하고 그럴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은 남 존중도 할 줄 모르는 자격지심 꼬인 사람들이라고 대충 생각하고 존중 안 하고 넘어갈 거다.
최근엔 오히려 여유도 많이 생기고 행복한 삶을 지내고 있다. 그러니 서툴지라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믿는다. 모두가 정말 쉽지 않겠지만 다들 오늘 하루 열심히 버텨보자.